[한겨레] 밀라 보탕 “어린이 미술교육은 자유롭게 두는 것” 2008.11.10
‘빠삐에 친구’ 원작자 밀라 보탕 방한…취향·미감 강조

"어른들이 세잔이나 피카소가 훌륭하다고 할 때 아이가 ‘나는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중요해요.
아이가 그 이유까지 설명할 수 있다면 더욱좋습니다.”



9일 만난 프랑스의 미술교육가 밀라 보탕(사진)은 “어린이 미술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만의 취향과 미감을 발견하게 하는 ‘자유’”라고 거듭 강조했다. 밀라 보탕은 한국과 프랑스의 합작 애니메이션 <빠삐에 친구>의 원작자다. 그는 <빠삐에 친구>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뽑은‘2008 대한민국 만화애니메이션 캐릭터 대상’을 받은 것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다.

밀라 보탕은 프랑스에서 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20권에 이르는 어린이 미술교육서를 펴냈다. 1979년부터 7년 동안 <빠삐볼>이라는 어린이 미술교육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하기도 했다.

'아이의 마음속에 있는 작은 불빛을 살려내려면 굉장히 단순한 작업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아이들한테 크레용을 들고 꽃을 그려보라고 하면 잘못 그릴까봐 겁을 먹습니다. 하지만 종이 한 조각을 들고 찢는 작업은 부담스러워하지 않아요.”

지난 6월부터 한국(<교육방송>)과 프랑스에서 동시에 방영 중인 <빠삐에 친구>는 한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캐릭터플랜과 프랑스의 문스쿱이 함께 만든 미술 교육 프로그램이다. ‘빠삐에’는종이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빠삐에 친구>는 종이를 찢어 만든 동물 캐릭터가 나와 새로운 걸 배우고 경험한 뒤 친구를 돕는다는 내용의 짤막한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종이 찢기는 단순하고 쉬운 작업이지만 종이를 찢어 동물을 만드는 동안 아이의 머릿속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난다. “종이 한 장을 들고 기린을 어떻게 만들까 상상하면서 가로·세로, 앞과 뒤, 길다·짧다, 넓다·좁다 등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터득합니다. 찢긴 부분의 종이는 안 찢긴 부분과 색깔도 달라지고, 매끈한 종이와는 다른 질감이 생기지요. 손으로 찢는 작업을 하다보면 ‘나의 기린’이라는 애착도 생깁니다.”

“이런저런 정보를 억지로 주워삼키게 하지 말고 스스로 그림을 알아가도록 자유롭게 놓아줘야합니다. 그림이 아이를 부르는 순간을 온전히 맞이할 수 있도록.”



김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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