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부담 없는 종이놀이로 자신감·표현력 키워주세요" 2008.11.17
'유아기 때는 특히 손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 좋아요.'



검은 스키니 팬츠, 하얀색 셔츠, 검정색 트렌치 코트. 멋스러운 차림의 주인공은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종이 할머니'라 불리는 작가 밀라보탕(72·사진)이다. 그의 작품 '빠삐에 친구'가 EBS 교육방송에서 방영되는 것을 기념해 방한한 밀라보탕은 70대라는 나이가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감각이 심플했다. 그녀는 이번이 첫 방한이다.

'한국에서 제 작품이 방영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쁘고 또 설렜어요. 한국 아이들이 어떻게 작품을이해하는 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한국행(行)을 결심했지요.'

한불 합작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빠삐에 친구'는 지난 6월 16일 EBS에서 첫 전파를 탔다. 빠삐에는 프랑스어로 '종이'라는 뜻. 종이를 찢어 만든 동물 캐릭터 아바(기린), 리코(토끼), 테오(곰) 등이 신기한 세상을 경험하고 친구들을 돕는다는 가슴 따뜻한 내용이다. 에피소드 마다 '종이 놀이 시간'이 있어서 아이들이 직접 자연물을 종이로 만들어 볼 수 있다. 같은 작품으로 책 출간도 할 예정이다.

그녀가 종이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인 지난 1965년. 예술적 감각이 뛰어났던 그녀는 주변 사물을 표현하던 중 우연히 종이를 생각해냈다.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와 종이를 가지고 놀았던 기억도 이를 도왔다. 보탕씨는 '주변 예술가들은 물감, 청동, 돌 등 거창한 소재만 선호했지만 왠지 친근한 종이에 끌렸다'면서 '종이 친구들, 예쁜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니 어느새 젊어졌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종이 사랑이 시작됐다.

'종이 일러스트' 전문가로 활동하며 종이 놀이 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종이야말로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놀잇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색채교육과 미술교육을 전공하며 'You're theartist' 'The Big Book of Colors' 'Draw with Mila' 등 20여 편의 미술 교재를 출간했다. 이 책들은 현재 프랑스 어린이 미술교육 참고서로 쓰이고 있다. 1970년부터는 TV에서 종이를 이용한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면 '종이 할머니'라며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가 진행하는 종이 놀이 프로그램을 보며 유아시절을 보낸 아이들이 자라 지금은 학부모로서 자녀들과 종이 놀이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말하는 종이 놀이의 장점은 여러 가지다. 우선 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종이는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만들기를 하다가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다시 만들 수 있다. '크레용이나 물감의 경우 망치면 안 된다는 부담을 갖기 때문에 그리는 것 자체를 두려워할 수 있는 반면, 종이는 두려움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표현력이 높아진다는 이점도 있다. '그리기 전 자신이 무엇을 그릴지 생각하면서 상상력을 기를 수도 있고, 사물을 똑같이 따라 해 만들어 보면서 사물의 특성을 파악하는 눈을 가지게 된다'고 했다.

손을 많이 움직여 두뇌 회전을 빠르게 도와준다. 보탕씨는 '유아기 때는 특히 손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 좋다'며 '종이 놀이는 다른 어떤 소재보다 손놀림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인터뷰 중간중간에도 직접 종이로 시연을 해 보였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에는 어느새 멋스러운 산(山) 풍경이 완성돼 있었다.

'어제 한국 아이들을 우연히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부끄러움을 굉장히 많이 타더라고요. 만들기시간에도 쭈뼛쭈뼛하며 선뜻 나서지 않는 거에요. 종이 놀이는 그것이 멋이 있고 없고 간에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그런 과정에서 아이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어요. 한국 아이들이 종이 놀이를 통해 좀더 당당해졌으면 좋겠어요'


방종임 맛있는 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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